날이 슬슬 따뜻해지고 있다는 건, 슬슬 또다시 유랑길을 떠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맨몸으로 훌쩍 떠나기는 좀 그러니, 액션캠을 다시 들고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인간이란 생물은, 기억을 가슴 속에 남기는 일이 잘 안 되더라구요.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주로 혼자 다니다보니, 사진만 덜렁 찍어놓으면 이게 어디서 찍은 건지 긴가민가 싶더구만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영상을 찍어 남기는 게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작년에는, 친구에게 빌린 고프로로 유튜브용 영상도 몇 개 찍어올렸습니다만…
고프로가 주인장에게 돌아간 뒤로는, 촬영 장비가 카메라와 캠코더들 몇 대밖에 안 남았습니다.
그거 들고다니면 좀 부담스러워요. 주먹만한 RODE 마이크까지 끼우고 다니면, 애들은 달려들고 젊은이는 도망가고 노인들은 동네 자랑을 시작하는, 참으로 기묘한 풍경을 감상하게 되거든요.

태어나신지 7년이나 된 분이라, 중고 아니면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고프로 11가 나와 있는 요즘 세상에, 고프로 7 시절 물건은 또 왠말이냐 싶기도 하지만…
이 시리즈는 아직도 다른 액션캠들이 넘어서지 못하는, B.O.S.S.란 무시무시한 기능이 들어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제품명을 멋있게 지어야지, 기술명을 멋있게 지으면 뭐합니까 거 참;;;) 이 기능 때문에, 야간 저조도에서도 손떨림 방지기능이 제대로 동작하거든요.
딱 잘라 말하자면, 시중에 나와있는 액션캠 중에 야간에 손떨방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소니 제품 말고는 없습니다. FDR-X3000과 FDR-AS300 정도겠네요.
고프로건 DJI건 뭐건 간에, 디지털 손떨림 방지를 쓰는 액션캠들은 다 그래요. 손떨방을 꺼버리지 않는 이상, 밤에 뭔가를 찍는 건 불가능입니다. 노이즈가 생긴다 정도 수준이 아니라, 그냥 지직거리는 저예산 공포영화가 되거든요.
소니의 BOSS란 기능은,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입니다. 쉽게 말해서 본체가 흔들리면 디지털로 보정하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무식하게 안의 렌즈를 움직여서 중심을 잡아주는 방식이죠.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에도 기본으로 들어있는 기능입니다만, 소니의 BOSS 기능은 그게 꽤나 업그레이드된 버전입니다. 스마트폰용 손떨방은 그냥 물 속에 띄워놓은 듯한 느낌으로 흔들림을 잡아준다면, 얘는 내장모터를 통해, 물리적으로 강제 위치 보정을 해주는 방식이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구요?
예,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구동모터까지 싸그리 뜯어서 진동범위를 확인해보는 짓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구요. 스마트폰 렌즈도 별로 뜯어보고 싶지는 않았지만요.
여튼 그 썰은 나중에 풀어보도록 하구요.
그런데 참으로 놀랍게도, 오늘의 주인공은 이 액션캠이 아닙니다.
저 말고도 리뷰해준 분들이 많으니, 저까지 할 필요는 없겠죠.
오늘의 첫 리뷰 제품은, 이 녀석을 끼워 쓰는 전용 짐벌인…

그런데, 짐벌이 뭐하는 물건인고?
짐벌, 김벌, Gimbal, 뭐라고 부르건 간에(원래 발음은 김벌에 가깝습니다만), 이 녀석은 영상쟁이들에겐 없어선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입니다.
- 카메라나 스마트폰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카메라의 손떨림 방지와는 좀 다른 게, 짐벌은 덜덜거리는 떨림 같은 걸 잡아주지는 못합니다.
그보다는, 갑작스런 움직임이 생겨도 지켜보던 방향을 계속 지켜보게 해주는 역할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러니 짐벌은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손떨방 좋은 카메라와 함께 써야 합니다. 용도가 달라요 서로.
수동 짐벌도 두어 개 갖고는 있는데, [닌자 스텝] 밟기가 영 귀찮아서 현재 창고행. - 좌우 회전(Pan), 위아래 회전(Tilt), 갸우뚱 뱅글뱅글 회전(roll)을 일정한 속도로 돌려줍니다.
싸구려 영상을 방송용 영상으로 바꿔주는, 마법의 효과지요.
Roll 기능은 잘 안 쓰기 때문에, 특수기능으로 묶어놓는 짐벌이 많습니다. G5도 그렇구요.
나름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가서, 액션캠과 전기를 나눠 쓸 수도 있다는 건 안 비밀.
여튼 장비병 환자인 저 같은 인간들에게는, 없는 게 이상한 물건이긴 하지요.
그래서 페이유 GS-G5?
이번에 업어온 이 녀석은, [페이유 G5]란 모델의 파생형 제품인 [페이유 G5-GS]입니다. 원본인 G5가 고프로 전용 모델로 출시되었다면, 얘는 마운트가 바뀌어서 소니 액션캠 시리즈를 달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라기보다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소니 액션캠 전용 짐벌이 이거 하나밖에 없어요;;;
이전에 고프로 전용으로 구매한 [리모뷰S1]란 짐벌이 이미 있어서, 마운트만 교체해보려고도 했었지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성공한 분도 있길래 말이죠.
하지만 전 안 되더군요 하하하. 괜한 3D 프린터만 몇 주동안 생고생을 시켰더랍니다.
그냥 돈 주고 사는 게 낫겠더라구요.
아 참, 제가 구입한 [페이유 G5GS]랑, 그냥 오리지널 [페이유 G5]는 서로 다른 모델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마운트만 바꿔서 파나보다 생각했었는데…


보이시나요? 바라보는 방향이 다릅니다.
팔 길이도 다릅니다. 저언~~혀 호환이 안 돼요. 완전 다른 물건입니다.
그래서 효과가 있었나?
예예. 있긴 있었지요.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기보다는, 실제 촬영 영상을 보여드리는 게 낫겠네요.
이번에는 음악도 자막도 안 넣고, 화질도 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 올려봤습니다.
이번 페이유 G5GS 짐벌에서 눈에 띄는 점 몇 가지라면…
- 역시 짐벌로도 걸을 때 생기는 잔 떨림을 막아주지 못합니다.
소니 X3000이 고프로보다 손떨림 보정 기능이 약간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긴 합니다만…
일단 허용범위 이내입니다. 짐벌의 목적이 손떨림 보정은 아니니까요.
방수케이스를 씌워서 무게중심을 맞추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겁니다 아마도(희망사항). - 스마트폰 앱에서 모터 파워 조절이 가능하다는 게, 꽤 편리하네요.
저는 좀 빠른 회전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자체 조이스틱으로 속도 조절이 가능한데, 힘 딸리면 덜덜덜 떨릴까봐 적당한 수준으로 맞춰서 쓰고 있습니다. - 역시 소니 X3000이 수음능력, 그러니까 소리 잡아내는 능력은 차원이 다릅니다.
발자국에 숨소리까지 다 잡아내네요.
그나저나 액션캠에 콧수염(윈드쉴드) 달아주길 잘 했습니다.
바람이 좀 불었는데, 소리가 하나도 안 잡혔네요. - 페이유 G5GS는 사용시 모터 소리가 안 나서 좋네요.
옛날에 쓰던 DSLR 전용 짐벌은, 힘은 발군인데 소리가 우당탕탕 난리도 아니었고,
고프로용 짐벌도 움직임이 커지면 자잘한 모터음이 들리곤 했거든요.
하지만 조용한 대신, 힘이 딸린다는 건 안 비밀… - 배터리 소모량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기본으로 들어있는 3000mAh짜리 22650배터리로도 제법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냥 삼각대에 세워놓고 고정 촬영용으로 놔둬봤더니, 3시간 지나도 배터리가 70% 가까이 남아있네요. 어차피 22650 배터리라서, 집구석에 한 100개는 굴러다니는 18650 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만.
써놓고 보니 왠지 장점만 말한 것 같네요.
장점만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물론…
그러니 다음 글에서는 이 녀석의 단점과, 짐벌 고를 때 주의사항을 좀 적어볼까 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